영국의 제도적·정책적
대응 동향
글 이재혁 대표(영국 자이아 건축)
글 이재혁 대표(영국 자이아 건축)
전세계적으로 영국은 노후화된 민간건축물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 차원에서 큰 문제로 인식하여 왔다. 영국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환경을 위해 지속적으로 현황조사를 실시하여 개선책을 고민해왔으며, 다양한 관리 및 지원제도를 통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영국은 200년 넘게 ‘저층·저밀도의 도시확장’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간건축물의 구조, 구법 및 건축법 구조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 따라서 한국과 직접적으로 제도나 정책을 비교하여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점차 노후화되는 건축물은 국가적인 차원의 막대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한 해법과 그 재정 부하를 시간, 지역 및 분야에 걸쳐 분산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살펴봐야 한다.
출처 BRE Trust(2020, p.7)
민간건축물 현황조사는 잉글랜드(EHS-The English Housing Survey), 스코트랜드(SHCS-The Scottish House Condition Survey), 웨일즈(WHCS-The Wales Housing Condition Survey), 북아일랜드(NIHCS-The Norther Ireland Condition Survey) 이렇게 네 지역이 조사시기, 방법 및 양식 등이 조금씩 상이하지만 유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영국 전체 주택정책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출처 BRE Trust(2020, pp.11-12)
민간건축물 현황조사의 주요 조사 항목은 다음과 같다.3) Department for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 (2006b). A Decent Home: Definition and guidance for implementation, 11-12.
2020년 기준, 잉글랜드 지역의 양질주택관련 현황을 보면 전체 주택의 15%(약 350만 가구)가 양질주택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출처 Department for Levelling Up, Housing & Communities(2020, p.7)
주거 형태별로 살펴보면, 민간임대에서 양질주택 미달 비율이 가장 높고, 그 다음 자가 점유, 공공임대 순이다. 이는 공공임대(social rented)는 법에 의해 양질주택기준에 부합해야 하는 반면 민간임대(private rented)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로, 영국정부는 현재 민간임대도 법적으로 양질주택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을 고려하고 있다.4) 연도별로 양질주택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택비율을 보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Department for Levelling Up, Housing & Communities(2021, p.37)
양질주택기준은 공공을 포함한 임대사업자가 임대업을 영위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임대건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며, 결과적으로 노후 건축물에 꾸준한 개보수가 이루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4) 영국정부. (2022). 임대주택의 새로운 기준. https://www.gov.uk/government/news/new-standards-for-rented-homes-under-consideration(검색일: 2022.09.29.)
출처 Department for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2006a, pp.3-4)
5) 영국정부. (2006). 주거안전관리등급시스템.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housing-health-and-safety-rating-system-guidance-for-landlords-and-property-related-professionals(검색일: 2022.09.29.)
영국의 민간건축물 현황조사(National Survey)에 따르면, 주거안전관리등급(HHSRS)은 건축물의 연령과 깊은 관 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19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의 26%가 주거안전관리등급 Category 1 위험요소 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1980년 이후에 지어진 건물 대비 9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출처 BRE Trust(2020, p.26)
EU국가별 건축물 연령 평균을 보면 22.3%가 1946년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영국은 다른 유럽국가와 비교해 37.8%로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노후 민간건축물로 인한 문제에 노출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BRE Trust(2020, p.31)
출처 James Douglas(2007, p.10)를 참고하여 연구진 작성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후 건축물을 개보수하거나 리모델링하여 그 경제적 수명을 연장하던지 재건축을 통해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 이 과정에서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사업 후 부동산 자산의 가치 정도가 리모델링으로 진행할지 재건축을 시행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증가시키거나 새로운 시장변화에 맞도록 용도 전환으로 자산 가치를 증대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급격한 용적률 증가가 건축허가상 쉽지 않기 때문에 건물의 경제적 수명연장을 위한 소규모 리모델링이나 증·개축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영국정부는 The Town and Country Planning GPDO 2015(General Permitted Development Order 2015)를 통해 특정 조건 및 규모에 맞는 소규모 리모델링과 증·개축의 경우 건축허가 과정이 필요하지 않도록 규제 완화를 실시하였다. 많은 노후건축물이 복잡하고 힘든 건축허가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증·개축 및 용도변경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민간주택건물의 경우에는 “Permitted development rights for house holders, Technical Guidance”를 만들어서 어떠한 경우 리모델링과 증·개축이 가능한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소규모 노후 주택의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며, 중규모의 오피스를 주거용도로 변경하면서 구조 및 외피를 개선하는 리모델링이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영국에서 건물을 구매하기 위해 장기융자(mortgage)를 받을 경우 일반적으로 채권자들은 채무자에게 건물보험(Building Insurance)을 요구하는데, 이는 채권자들이 투자한 건물의 가치가 보전될 수 있도록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지반침하, 화재, 홍수 및 다양한 원인으로 건물의 구조적 결함이 발생할 경우, 그 수리를 포함하여 재건축까지 보험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다.
영국에서 공동주거나 상가건물의 경우 장기임차권(장기임차형식의 소유권)으로 매매하는 시스템이 발달하였다. 실소유(Freeholder)와 장기임차권소유자(Leaseholder)는 장기임차권계약(Lease agreement)을 통해 상호 간의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건물구조는 실소유자의 책임으로, 마감을 포함하여 내부인테리어는 장기임차권소유자의 책임으로 유지 및 보수 의무를 적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를 통해 실소유자는 건물 전체의 구조, 외피 및 설비 등 인프라에 대한 유지 보수 의무를 가지고 건물의 노후화가 진행될 경우 리모델링을 포함한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임차 형식은 노후 민간건축물의 개선 기회 확보에 효과가 있다.
부동산의 보유방식(Tenure)상 영국의 아파트(purpose built flats) 공동주거는 실소유자 주민조합(Residents Association)이 전체 아파트단지를 소유하는 경우가 많다. 실소유자 주민조합이 실소유자(Freeholder)가 되고, 각 소유자 주민들은 실소유자 주민조합의 지분을 가진 장기 임차권 소유자(Leaseholder)가 된다. 실질적으로 실소유자와 장기 임차권 소유자가 동일하지만 법률적으로는 실소유자 주민조합이 소유자로서 아파트 전체 단지, 구조와 설비 등 공공영역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실소유자주민조합은 투표를 통해 관리책임자를 선정하고, 아파트 관리, 개보수, 리모델링 및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안건을 연례총회(AGM-Annual General Meeting)를 통해 주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영국에서 주택조합(Housing Association)은 민간부문에서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가형 공공임대(social housing)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를 의미한다. 민간조합이지만 정부의 인가를 받아 관리되며 공공자금을 지원받기도 한다. 공공임대사업을 통해 지어진 건축물들을 관리하며 생기는 잉여자금은 건축물 노후화 방지와 신규 공공임대 건축사업에 재투자되고 있다.
주거목적 이외의 건축물에 개보수 작업을 할 경우, 영국정부에서 허가해주는 세금 감면정책이다. 오래된 장비 및 설비류 교체, 단열재, 구조 등 각종 개보수 관련 지출 비용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준다.
주택개량 에이전시는 비영리기관으로 각 행정기관, 주택조합, 자선단체 등에 의해 운영되며 노령, 장애, 저소득 및 취약계층을 위해 각종 지원활동을 수행한다. 소유주 및 임차인이 보조금 신청자격에 해당할 경우, 작게는 커튼부터 책장, 배관 및 각종 주택개량과 관련된 사항들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역과 사례마다 상이하지만 잉글랜드에서는 최고 £30,000까지, Wales에서는 최고 £36,00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구조, 설비, 내부 인테리어 및 가구까지 포괄적으로 민간주택 유지보수를 지원하지만 그 대상은 엄격히 제한되며, 주요 지원 항목은 아래와 같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주거 및 소규모 비주거건물을 대상으로 기존 가스보일러를 공기열 히트 펌프 보일러(air source heat pumps), 바이오매스 보일러(biomass boilers), 지열 히트 펌프 보일러(ground source heat pumps)로 업그레이드를 할 경우, £5,000에서 £6,000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벽 단열, 온돌, 지붕 단열 등 각종 단열관련 공사, 개량 보일러 설치, 창호 개선, 외풍방지 등 에너지 효율 관련 주거 개선을 위해 공사를 할 경우 영국정부에서 £5,000에서 £10,000까지 지원해 주는 정책이다.
6) 킹스톤. (2020). 빈집 개량 보조금 신청. https://www.kingston.gov.uk/grants-loans/apply-empty-property-grant (검색일: 2022.09.29.)
출처 RIBA(2020, https://www.architecture.com/knowledge-and-resources/resources-landing-page/riba-plan-of-work, 검색일: 2022.09.29.)
이 중 Stage7 “Use”는 RIBA가 2013년 이후 보다 강조하는 단계로 건물이 지어진 후에 유지, 보수, 관리, 보험 및 사용 후 평가 POE(Post-Occupancy Evaluation) 등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포괄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단계별 규정은 건물 사용에 있어 유지·보수관련 정보를 사용자로 하여금 숙지하게 하고, 노후화 방지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축적된 관련 정보들은 유사한 종류의 건설 프로젝트에서 활용함으로써 향상된 설계와 시공 품질로 건축물의 노후화 방지에 일조한다.7) https://www.designingbuildings.co.uk/wiki/In_use 참고
출처 HSE(2015, p.81)
이러한 정보들은 유지, 보수 및 관리하는데 직접적으로 활용되며, 추가로 증〮개축 공사를 진행할 경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앞서 설명한 장기융자(Mortgage) 관련 건물보험과 무관하게 자가건물을 운영하는 개인, 업체, 기관, 조합, 정부는 일반적으로 건물보험(Building Insurance)을 가입하게 된다. 구조와 관련하여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분산시키고 자산을 보전하는데 일조하는 역할을 한다.
새롭게 지어지는 주거건물은 개발업자나 개발주체가 새주택보험을 가입하고 보험금을 납입하여 구매자에게 품질보장(warranty) 내용을 제공해야만 분양을 할 수 있다. 신축하자 보수기간이 종료된 후 숨겨져 있던 구조, 설계, 재료, 마감상 문제를 보험을 통해 개·보수할 수 있도록 하여 개발업자나 개발주체가 사라진 이후에도 주택구매자와 사용자를 보호해주는 보험 제도이다. 이러한 보증을 제공해주는 조직 및 보험업체로는 NHBC(National House-Building Council), LABC(Local Authority Building Control Warranty), Premier Guarantee 등이 있는데, 설계단계부터 시공단계까지 직접 감수를 하여 시공하자율을 낮추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영국 건축법(Building Regulation)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건축품질보다 높은 수준의 성능과 품질을 요구하고 있어 건축물 노후화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최대 15년 보증기간 동안 발생되는 문제 해결에 활용되고 있다.
건물보존보조(Building Conservation grant)는 역사적 또는 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을 등급별로 구분하여 건축물, 건물 내부 및 외부 장식물 등을 보호하는데, 긴급 주요보수 등을 위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일반보수보조(Common repairs grant)는 공동주택의 경우 소유자조합(Owner’s association)에 소속되어 있는 신청자에 한해 보수비용을 보조해주는 제도로 지역마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스코틀랜드 Argyll-Bute의 경우 공공부문은 보수비용의 40%(최대 £10,000), 민간부문은 보수비용의 30%(최대 £7,500)까지 보조해 준다.8)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다양한 보조지원이 존재한다.
출처 James Douglas(2007, p.80)
8) Argyll and Bute Council. (2022). 일반적인 수리 및 보조금 지불. https://www.argyll-bute.gov.uk/housing/common-repairs-paying-works-and-grants(검색일: 2022.09.29.)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5년부터 신축건물들은 모두 현재 기준보다75~80% 낮은 탄소배출을 목표로 하는 정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미래 주거 표준(The Future Homes Standard)”을 통하여 건축법관련 Part-L(연료와 전기보존, conservation of fuel and power)과 Part-F(환기, ventilation)에서 개선할 부분을 조사하고, 2021년 “미래 건물 표준(The Future Buildings Standard)”을 발표하였다.10) 또한 기존 주택의 개보수 및 증·개축 공사를 진행할 경우 더 높은 탄소배출 기준에 적합하도록 단열, 창호, 설비, 에어컨 및 조명 등에 에너지 효율 개선을 실시하여야 한다. 따라서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은 미래 표준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여야 하며, 기존 노후 건물들도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9) 영국정부. (2022). 그린 빌딩 혁명. https://www.gov.uk/government/news/rigorous-new-targets-for-green-building-revolution#:~: text=To%20ensure%20industry%20is%20ready,homes%20warmer%20 and%20reducing%20bills(검색일: 2022.09.29.)
10) Department for Levelling Up, Housing & Communities. (2021). 미래 건물 표준.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 data/file/1040925/Future_Buildings_Standard_response.pdf (검색일: 2022.09.29.)
일반적으로 건설산업은 그 규모와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만 노후 민간건축물을 관리·개선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영국 사례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민간, 공공, 기관 및 협회 등 다양한 주체에서 노후 민간건축물을 유지·보수·개선하는 시도를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노후건축물의 수명 연장은 대지의 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것을 전제로 공공, 민간 및 기관의 꾸준한 노력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한 지역의 경제가 장기간 침체되고 오랜 시간 대지의 가치가 상승하지 않거나 하락할 경우 노후건축물의 경제적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또한 이렇게 노후화되어 방치되는 건축물들은 그 지역의 쇠락을 상징하며, 주변 대지의 가치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민간건축물들은 용적률 증가를 통한 대지가치의 증대를 통해 건물의 경제적 수명연장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인구감소, 도시인프라 한계, 장기 경제침체 등으로 더 이상 대지 가치의 증대가 힘들어지고, 노후건축물의 경제적 수명연장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게 되는 미래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노후건축물 대응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본 콘텐츠는 건축공간연구원에서 발간한 ‘2022 세계건축 법제동향’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시려면 건축공간연구원을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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