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의 제도적·정책적
대응 동향
글 김지엽 교수(성균관대학교)
글 김지엽 교수(성균관대학교)
미국에서 노후건축물의 개념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2019년 기준, 뉴욕시에는 백만동 이상의 건축물이 있으며, 이 중 맨하튼(Manhattan)만 본다면 전체 44,571동 중 1719년부터 1899년 사이에 지어진 건축물이 9,538동, 1900년부터 1919년 사이에 지어진 건축물이 17,531동, 1920년부터 1939년 사이에 지어진 건축물 10,069동이 존재한다. 단순하게 계산하더라도 맨하튼에만 1939년 이전 지어진 건축물, 즉 지어진 후 80년 이상 된 건축물들이 83%를 넘어서고 있다. 상업부동산 전문 업체인 CB Richard Ellis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는 미드타운의 55.1%, 미드타운 사우스 93.7%, 다운타운 55.5%가 50년 이상 된 건축물로 구성되며, 2020년 기준으로 상업 건물의 평균 준공 후 연수는 미드타운 67년, 미드타운 남쪽지역 102년, 다운타운 73년으로 확인된다.1) 런던이나 파리와 같은 유럽의 전통적 도시들에 비해서 오래되지 않았지만 뉴욕시에서는 지은 지 몇 년 이상 되었다는 이유로 노후건축물로 인식하지는 않으며, 오래된 건축물들이 철거되거나 재건축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노후건축물을 새롭게 재건축하거나 재개발하는 등의 관련 정책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된 건축물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안전과 성능, 에너지와 관련한 법 규정들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건축물에 대한 관련 법이 존재한다.
1) 뉴욕타임즈. (2016).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16/05/19/upshot/forty-percent-of-manhattansbuildings- could-not-be-built-today.html(검색일: 2022.09.20.)
1719-2019 맨하튼 건축물의 건설시기
출처 태블로 퍼블릭(2020, https://public.tableau.com/app/profile/katelynschaub/viz/ManhattanBuildingAge1719-2019/ManhattanBuildingAge, 검색일: 2022.09.20.)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뉴욕시 역시 모든 건축행위는 허가가 필요하다. 건축허가를 담당하는 건축국은 1892년 맨 하튼 보로우(Manahattan Borough)에 설립되었으며, 건축코드의 기원은 1625년 네덜란드 서인디아 주식회사가 맨하튼 지역에 뉴암스테르담 식민지를 만들던 시기부터 주택 관련 형태와 입지 등을 규제하는 규정까지 거슬러 올 라갈 수 있다. 뉴욕시에서 건축법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코드(The Building Code)는 1936년 제정되었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건축 법규를 제정하고자 하는 노력도 1700년대부터 계속되어 1915년 ‘국가건축코드(National Building Code)’, 1927년 ‘표준건축코드(The Uniform Building Code(UBC))’가 만들어졌으며, 2000년에는 미국 전역에서 활용 할 수 있도록 표준건축 기준모델인 ‘International Building Code(IBC)2)’를 개발하였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강화된 건축기준으로 알려진 뉴욕시 건축코드는 2008년에 건축물들을 더욱 안전하고 지속가 능하도록 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자 “안전”, “혁신”, “비용절감” 3개 목표를 세웠다. 기존의 건축코드를 ‘연료 가스코드(Fuel Gas Code)’, ‘기계설비와 배관 코드(Mechanical Code and Plumbing Code)’와 통합하여 ‘건 설코드(Construction Code)’로 개편하였으며, ‘배관코드(The New York City Plumbing Code)’와 ‘에너지 코 드(The New York City Energy Code)’도 정비하였다. 이후 2014년 개정을 통해 현재는 ‘배관코드(Plumbing Code)’, ‘기계설비 코드(Mechanical Code), ’연료가스코드(Fuel Gas Code)’, ‘건축코드(Building Code)’로 구 성된 ‘2014 Construction Codes’가 활용되어 왔고 최근 2022 개정판으로 변경되었다. 여기에 뉴욕시의 그린빌 딩인 ‘뉴욕시 에너지 보존코드(New York City Energy Conservation Code, 이하 NYCECC)’가 별도로 제정된 상태이다.
2) 여기서 “International”은 다른 나라들을 의미하는 “국제”가 아니라 미국 내부의 모든 주정부, 지방정부들을 의미함
전술한 바와 같이 뉴욕시에서 노후건축물에 대한 개념은 존재하지 않지만, 준공 이후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보존· 관리 측면의 법규가 존재한다. 즉, 건축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전 및 성능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서 지속적인 사용을 위한 개선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노후화에 따른 외장재의 안전 문제, 냉난방 시스템이나 조명과 전기시설 등 에너지 효율이 낮아지는 문제와 최근 기후변화의 쟁점인 탄소배출 저감 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오래된 건축물의 외장재인 테라코타 타일이 보도로 떨어져 지나가던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1980년에 발생함에 따라 뉴욕시는 유사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Local Law 10의 제정을 통해 정기적으로 건축물의 외벽을 점검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에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자 ‘뉴욕시 입면 점검 안전 프로그램(The NYC Facade Inspection Safety Program (FISP))’으로 불리는 Local Law 11을 다시 제정하게 된다. 이 법에 따라 6층 이상 건축물에 대해 5년에 한 번씩 1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전문기술자(Professional Engineer)나 건축사가 건축물의 입면 외장재와 외벽에 부착되어 있는 모든 시설물(조명시설, 간판, 가드레일, 창문, 에어컨 실외기 등)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을 시 뉴욕시에 신고하여 90일 이내에 수리하도록 제도화하였다. 즉각적인 수리가 어렵다면 건축주는 반드시 안전 펜스를 설치하여 보행자 안전을 확보해야 하며, 만약 문제가 있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거나 정해진 기간 내에 수리를 완료하지 않는다면 기간과 면적에 따라 매달 벌금이 부과된다. 현재 Local Law 11에 따라 매년 12,000동 이상의 건축물들이 점검 및 수리를 받고 있다.
뉴욕시에서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가장 큰 쟁점은 에너지 문제로, 단순히 에너지 절감 뿐 아니라 탄소배출 저감 정책 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뉴욕시 도시기본계획인 ‘PlaNYC’에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 3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해 2010년 ‘뉴욕시 그린코드 TF팀(The New York City Green Codes Task Force)’의 의견에 따라 뉴욕시 건축코드의 목적인 “안전, 건강, 공공복리”에 “환경”을 추가하였다. 상위법 성격인 뉴욕주 ‘에너지 보존 건설코드(The Energy Conservation Construction Code of New York State: ECCCNYS)’를 더욱 강화하여 2010년 ‘뉴욕시 에너지 보존코드(New York City Energy Conservation Code, 이하 NYCECC)를 제정하였다. 이에 따라 역사보존 건축물로 지정된 건축물을 제외하고, 2010년 12월 28일 이후의 신축 및 증축, 수선, 수리, 용도 변경 등 건축허가가 필요한 모든 건축행위에 적용되고 있다. 법은 2020년 4번째 개정이 이루어졌으며, 현재 건축허가가 필요한 대상 건축물에 발코니와 파라펫에 연속적인 단열 시공, 3층 이하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에 에너지 또는 열 회복장치를 위한 환기시설의 의무적 설치, 효율적인 내 부 조명시스템, 효율적인 서비스 급수 및 난방 시스템 설치, 상업용 건축물의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 설치, 단독 또 는 다세대 주택을 위한 전기차 충전기 시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뉴욕시 전체 탄소배출의 80% 이상이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한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건축물의 에너 지 효율을 높이고, 최근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면서 건물주의 부담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도입되 고 있다. 2019년 제정된 Local Law 97은 현재 뉴욕시장인 Bill de Blasio의 그린뉴딜정책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 건축물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유례없는 법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법은 2030년까지 건축물에서 온실가스를 40% 이상, 2050년까지 80% 이상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 다. 다만, 모든 건축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건축 연면적이 25,000 square feet(약 2,323㎡) 이상이거나 한 대지에 두 개 또는 그 이상 건축물이 있는 경우 전체 건축 연면적이 9,290㎡ 이상인 공동주택에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본사나 국제적 금융회사를 포함한 대형 건축물 약 50,000동이 탄소배출 상한을 적용받고 있으며, 고층건축물, 호텔, 아파트의 약 20% 정도가 2024년에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뉴욕시는 역사적인 랜드마크 건축물이나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1965년 ‘뉴욕시 역사보존법(The New York City Landmarks Law)’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 따라 역사보존 건축물로 지정된 경우 철거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금지된 다. 역사보존법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뉴욕시 역사보존위원회(New York City Landmarks Preservation Commission)를 설립하여, 랜드마크 건축물(Landmakr), 랜드마트 사이트(Landmark Site), 역사 지구(historic District) 등을 지정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 법에서 정의하는 “랜드마크” 건축물은 지어진 후 최소 30년 이상 되어야 하며, 역사적 또는 건축적 가치가 있어 야 한다. 일단 역사보존건축물, 즉 랜드마크 건축물로 지정되면 건축주는 해당 건축물의 외관을 양호한 상태로 유지 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지며, 외관을 수선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반드시 역사보존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지어진 후 20년이나 30년이 지나면 ‘노후건축물’로 인식하고 새로운 건축물을 조성하려는 정책과 정비사업은 미국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조합방식에 의해 활성화되어 있는 우리 나라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뉴욕시를 포함한 미국에서 재개발 사업의 지정 요건은 우리나라처럼 노 후건축물의 비율을 고려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재개발 사업구역(Blighted Area)의 지정요건은 해당 지역 내 빈 땅 이나 빈집 또는 버려진 건축물들이 많이 존재하거나 물리적 환경이 매우 불량하고 세금 체납이 많은 토지 등의 밀집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따라서, 단지 지은 지 오래된 건축물이 많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재개발 사업구역 으로 지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오래된 건축물이 많은 뉴욕시의 경우 노후 건축물에 대한 안전과 에너지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추진되고 있다. 외장재나 외벽의 이탈로 인한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6층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매 5년마다 외벽을 점검하여 수리하게 하는 Local Law 11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기후변 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에너지 보존법 등을 통해 기존 건축물에 대해서도 강화된 에너지 절감 수준을 달성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건축허가를 동반하지 않는 오래된 건축물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으나 이러한 뉴욕시의 정책 과 법규는 우리나라에서 노후건축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본 콘텐츠는 건축공간연구원에서 발간한 ‘2022 세계건축 법제동향’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시려면 건축공간연구원을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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